ETC2009. 5. 21. 15:09
천년을 흐르는 墨香…깊고 푸른 水墨…
우림화랑 ‘묵향천고’ 展 겸재ㆍ표암ㆍ오원의 그림 추사ㆍ명성황후의 서예

조선시대 스타작가의 향연



지난해 ‘신윤복 신드롬’을 주도했던 ‘한국미술의 보물창고’ 간송미술관(관장 전영우)이 17일부터 ‘겸재 서거 250주년 기념전’(30일까지)을 열고 있는 가운데 인사동에서도 겸재, 단원, 추사, 표암 등 조선시대 그림과 글씨를 한데 모은 대규모 특별전이 19일 개막됐다. ‘묵향천고’전이란 타이틀 아래 오는 6월3일까지 관훈동 우림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조선시대 전기부터 구한말까지, 조선이 낳은 스타작가들의 작품이 일제히 내걸렸다.

1974년 개관이래 괄목할만한 고미술전시를 꾸준히 열어온 우림화랑(대표 임명석)이 수년간 준비한 끝에 개최하는 ‘묵향천고(墨香千古)-신록의 향연’전에는 조선시대를 아우르며 빼어난 글씨와 그림을 남겼던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 140점이 내걸렸다. 특히 중국그림과는 다른, 우리만의 ‘진경산수’(眞景山水)를 개척한 겸재 정선(1676-1759)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거장’으로 숭앙받았던 추사 김정희(1786-1856), 오원 장승업, 소치 허련,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작품들이 망라돼 관심을 모은다. 또 김구, 이승만의 서예작품도 포함되는 등 조선시대 전반기부터 구한말까지, 조선이 낳은 스타작가와 명사들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졌다.

깊은 계곡에서 호젓함을 즐기는 선비를 담백하게 그린 표암 강세황의 ‘산수도’.

이에따라 이번 ‘묵향천고’전은 ‘오랜만에 접하는 본격 고서화전’으로 꼽히며, ‘수묵화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장르별로는 서예가 60여점, 그림이 80여점으로 겸재 정선과 현재 심사정 등의 작품은 개인소장자에게 어렵사리 빌린 것으로, 비매품이다.

출품작 중 그림으로는 임자년(1560)과 계축년(1561년)생인 10개 문중 선비 11명이 1610년 계모임을 가진 기념으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넣은 ‘임계계회도(壬癸契會圖)’가 눈길을 끈다. 그림도 탁월한 수준이지만 명문가 선비들이 일일이 시를 짓고, 이름을 써넣어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또 깊은 계곡 호젓한 정자를 맑고 기품있게 표현한 표암 강세황의 ‘산수도’, 풍속화가로 알려졌지만 산수와 화조에서도 걸출한 재능을 뽐냈던 단원 김홍도의 산수화 ‘강상한취도’도 만날 수 있다. 이정과 함께 ‘조선시대 가장 뛰어난 묵죽화가’로 꼽히는 수운 유덕장의 간결하면서도 기개가 살아있는 ‘묵죽도’와 자하 신위의 ‘산수도’, 긍원 김양기의 ‘신선도’, 오원 장승업의 ‘화조도’도 포함됐다. 아울러 근대작가인 청전 이상범의 ‘강촌어주도’, 소정 변관식의 ‘산수도’ 등도 감상할 수 있다.

명성황후가 조카의 혼례를 축하하며 쓴 오언축시. 시서(詩書)에 능했음을 보여준다.

서예부문에서도 걸출한 작가들의 대표작이 다수 포함됐다. 추사 김정희의 편액인 ‘선모신파’는 “신선함이 새벽꽃을 닮았다”는 뜻으로, 달관의 경지에 오른 대가의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다른 추사작품으로는 ’농장인실현액’이 출품됐다. 또 17세기 서화가인 미수 허목의 ‘불여묵전사노인십육계’는 고아한 전서체의 매력이 일품이고, 명성황후가 조카의 결혼을 축하하는 뜻을 담아 쓴 ‘오언축시’는 명성황후가 시와 서예에 있어서도 일정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특히 “은하수 수천 물줄기는 멀리 흐르고, 옥수의 모든 가지에 봄이 찾아왔네..”로 시작하는 명성황후의 시(詩)는 기품 있으면서도 서정적이다. 또 고종황제의 ‘청학정(靑鶴亭)’ 편액, 김구, 이승만의 글씨도 관람객의 시선을 모은다.

임명석 대표는 “현대미술 전시는 흘러넘치는데 고미술전시는 너무 드물어 안타까왔다. 우리 옛그림과 글씨는 조촐하면서도 격조가 있고, 운치가 흘러넘쳐 이번 전시는 신록에 즐길만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에 출품된 서예작품의 선정과 해제는 KBS ‘진품명품’의 감정위원으로 활약하는 문우서림의 김영복대표가 맡았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자료제공: 이안아트(www.iaanart.com)
Posted by 이안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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