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2009. 5. 21. 15:30
李箱 "결혼은 만화같은 것"
박태원 결혼 방명록에 남긴 친필 발견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이 결혼을 만화에 비유한 친필이 발견됐다. 그가 절친한 친구였던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7)의 결혼식 방명록에 남긴 축하글에는 "結婚(결혼)은 卽(즉) 慢畵(만화)에 틀님업고/慢畵의 實演(실연)에 틀님업다/慢畵實演(만화실연)의 眞摯味(진지미)는/또다시 慢畵로 輪廻(윤회)한다"고 적혀 있다.

이 친필 메시지는 구보의 장남인 박일영 씨(70)가 다음달 15일 서울 청계천문화관에서 개막하는 구보의 유물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박씨는 "문인을 비롯한 20여 명의 축하 메시지가 담긴 방명록에 단짝이던 이상의 글이 없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는데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적 감정 등을 거쳐 첫 장에 `以上`(이상)이라고 서명한 글이 이상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상의 축하 메시지에서 특이한 것은 `만화`에 원래 사용되는 `흩어지다`, `넘치다`의 의미를 가진 `漫(만)`자를 쓰는 대신 부수를 살짝 바꿔 `게으르다`, `느슨하다`의 의미를 가진 `慢(만)`자를 사용한 것. 이는 이상이 시에서 `조감도(鳥瞰圖)`를 `오감도(烏瞰圖)`로 바꿔 쓰거나, `매춘(賣春)`에 `살 매(買)`를 사용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만화`가 가진 허황된 것이라는 이미지에 `느슨하고 일상적인 그림`이라는 의미를 더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해석했다.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결혼이라는 것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단지 일상적인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한 획을 살짝 바꾸는 말장난은 이상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며 "전반적으로 이상의 글이 많이 남아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우 흥미로운 자료"라고 말했다. 구보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이번 유물 전시회는 다음달 15일부터 7월 5일까지 진행되며 방명록을 비롯해 안경, 원고지 보관함, 책장 등 구보의 유물과 남과 북에서 발간된 40여 권의 초판본 등이 전시된다.

[전지현 기자]



자료제공: 이안아트 (www.iaanart.com)
Posted by 이안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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