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2009. 5. 28. 15:32

‘토지의 고장’서 귀농 예술인-농민 ‘느림의 상생’

1부 Bravo! My Farm Life-① 하동 ‘지리산학교’
박영수기자 buntle@munhwa.com

 

 


27일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지리산학교에서 인근 주민과 귀농인들이 이창수(오른쪽) 교장의 ‘사진강의’를 들은 뒤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동 = 임정현기자
문화일보가 지난 2004년부터 펼쳐온 1사1촌 운동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2009년형 1사1촌 특별기획을 본격 시작합니다. 1사1촌 운동 6년차를 맞아 ‘1사1촌, 녹색희망을 연다’는 제목으로 전개되는 이번 기획에선 한국 농업·농촌이 녹색성장의 전위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생히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 기획에선 농촌에서 펼치는 도시인들의 ‘성공 귀농’실현에 1사1촌이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남자, 나무를 사랑하는 사내, 산에 빠진 여자, 기타를 잘치는 남자가 있었다. 삭막한 도시를 떠나고 싶었던 이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며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마을 주민들은 ‘이방인’이라고 거리를 뒀지만 이들은 지난 10여년간 농사를 지으며 지역에 동화됐고 지금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자신들이 가진 예술적 재능을 지역민과 나누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귀농 예술인들이 지역민들과 어울려 새로운 농촌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현장을 보기 위해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상신마을로 향했다. 이날은 귀농한 공예작가 김용회(43)씨가 자신의 목가구 공방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목공예를 가르치는 날이다.

지난 1989년 하동으로 들어온 김씨는 지난 9일 개교한 ‘지리산학교’ 강사로 참여했다. 가르치는 일이 처음인 김씨는 “초보라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하다 12명의 수강생들이 웃음으로 격려하자 곧바로 실전 강의에 들어갔다.

같은 시각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면 평사리 지리산학교 임시 교사. 교사라고 해봐야 농가인 본채와 차실이 전부지만 이곳도 사진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화개면 부춘리에서 온 양영하(여·44)씨는 지리산학교 교장이자 사진반 강사인 이창수(49)씨의 ‘빛’에 대한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남편과 차농사를 짓고 있는 양씨는 “글 쓰기를 좋아하는 남편에게 들꽃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 사진반에 들었다”고 말했다. 지리산학교는 하동으로 귀농한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문화예술아카데미’. 자신들의 재능을 나눠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문화 혜택에 목말라하는 지리산권 지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사진작가 이창수씨가 중심이 돼 탄생했다.

지리산학교 강좌는 기타반, 목공예반, 천연염색반, 시문학반, 도자기반, 숲길걷기반, 그림반, 사진반, 옻칠반, 바느질반 등 10개. 무엇보다 강사진이 쟁쟁하다. 전북 전주 모악산에서 산방을 짓고 살다 2004년 악양으로 이사를 온 시인 박남준(52)씨를 비롯해 시인 이원규(47), 도예가 류대원(40), 화가 오치근(38), 여성산악인 남난희(52)씨 등 지리산 자락에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 유명 문화예술인 총 12명이 참여했다. 그래서인지 정원이 70명인데 이미 67명이 등록했고 일부 강의는 정원초과 상태다. “농촌에 웬 문화예술아카데미?”라는 우려를 씻고 시작부터 지역민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지리산학교 강좌를 듣기 위해 하동은 물론 멀리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광양에서 찾아오는 수강생도 있다. 하동초교 교사로 목공예반을 수강하고 있는 최임현(여·46)씨는 “농촌에 들어오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어렵고 멀리 나가야 되는데 다양하게 배울 기회가 생겨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하동 = 박영수기자 buntle@munhwa.com

 

 

 

자료제공: 이안아트(www.iaanart.com)


Posted by 이안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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