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2009. 6. 8. 16:23
‘사업 철수’벼랑서 디자인 승부수… 그들은 판을 바꿨다
2부. 도전이 희망이다- ⑤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 & UI개발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

 

 


LG전자 MC사업본부 ‘S 클래스 UI’ 개발팀원들이 지난 5월2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MC연구소에서 새 휴대전화에 들어갈 사용자환경(UI)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 김동훈기자

2006년 6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 김쌍수 당시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 고위 임원들, 그리고 디자이너 등 700여명이 결연한 자세로 모여들었다. 바로 LG전자가 ‘디자인 경영’을 선포하는 날이었다.

당시 LG전자는 ‘디자인 혁명’이 절실했다. 품질은 좋지만 디자인이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LG전자는 실제 2005년 영업이익이 30%나 줄어들자 파격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것이다.

◆ 철수설까지 떠돈 휴대전화 = LG전자는 휴대전화 디자인을 놓고 제일 고심이 많았다. 휴대전화는 전체 영업이익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LG에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LG의 휴대전화는 디자인 면에서 고객의 마음을 확 당기는 ‘1%’가 항상 부족했다.

이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휴대전화 부문은 2004년 529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05년 3837억원으로 흑자폭이 줄어들더니, 결국 2006년 1분기(1~3월) 309억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휴대전화 사업 철수설까지 떠돌기 시작했다.

이날 디자인 경영 선포 이후 LG전자는 많은 것을 바꿨다. 먼저 우수한 디자이너를 대거 충원하고, 이들에게 파격적인 보상과 처우를 약속했다. ‘디자인 우선주의’를 통해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디자이너들의 목소리가 우선 반영되도록 했다. 최사림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예전에는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내놓아도 개발 부서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식으로 온갖 이유를 붙여 수정을 가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전체 조직이 ‘디자인대로 한번 해보자’고 머리를 맞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디자인 시스템도 바꿨다. 막무가내식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고객 인사이트(insight)를 조사케 했다. 일단 상품기획이 나오면 선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치열한 경쟁을 붙인다. 아무리 고참이라 해도 참신성이 떨어지면 부하 직원에게도 밀리게 한 것이다.

◆ “지구의 쓰레기는 만들지 말자” = 2006년 디자인 경영 선포 이후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쿠키폰에 이어 아레나폰까지 이어지는 LG전자의 디자인 혁신에는 디자이너들의 분발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조직이 힘을 실어주자 디자이너들의 눈빛부터 바뀌었다. 개발 및 제작 부서 관계자들과 회의만 하면 번번이 지고 왔던 약한 디자이너들이 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을 믿고 싸움꾼(?)들로 변신한 것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LG전자 디자이너들은 ‘지구의 쓰레기는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며 “LG전자 휴대전화의 혁신은 장인정신의 산물”이라고 표현했다.

LG전자 디자이너들은 평소 플라스틱 등 휴대전화 소재에 대해 공부한다. 디자인이 상상에 그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둘러싼 모든 것을 배우는 게 기본이다. 틈나면 부품업체를 찾아가기도 한다. 내부를 알아야 현실성 있는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

일단 상품 기획이 떨어지면 LG전자 디자이너들은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보통 1년을 투자한다. 제품을 순수 디자인하는 시간은 불과 한달여에 그치고, 대부분은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20, 30여개 협력사들과 씨름하는 일이다. 날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래서 LG전자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사내커플이 안되면 결혼을 못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 또 하나의 디자인 ‘UI’ = LG전자는 휴대전화 디자인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오르자, 또하나의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사용자환경(UI· User Interface)’이 바로 그것이다. 휴대전화의 UI란 전화를 켰을 때 작동되는 초기화면과 휴대전화 기능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세부 구성 화면들을 뜻한다. 0에서 9까지 숫자가 적힌 전형적인 휴대전화 단말기 시절에는 UI의 중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단말기에서 숫자가 사라지고 터치스크린을 손가락으로 접촉해 사용하는 최첨단 멀티 기능의 휴대전화기들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휴대전화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느냐가 미래 휴대전화의 판도를 가늠하는 기준이라고 보고 있다.

LG전자는 UI에 대한 시각부터 바꿨다. 보통 경쟁사들은 UI를 프로그램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를 디자인의 하나로 보고 UI 디자이너들에게 UI에도 감성을 불어넣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200여명에 달하는 LG전자 UI 디자이너들의 전공은 매우 다양하다. 전자공학, 기계공학, 인체공학, 디자인, 심리학, 국문학, 사회학 등 총 13개 전공을 가진 사람들로 짜여 있다.

안승권(사장)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앞으로 전세계 휴대전화 산업에서 ‘게임의 법칙’이 바뀔 것”이라며 “UI도 현재 바뀌고 있는 게임법칙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

 

 

자료제공: 이안아트(http://www.iaanart.com/)

 



Posted by 이안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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