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2009. 6. 5. 14:46
[명화속 여성] ‘본능적 욕망’ 半人半馬를 제압하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
>>보티첼리―아테나와 켄타우로스
관련이슈 : 명화 속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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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기 르네상스의 대표적 화가인 산드로 보티첼리의 ‘아테나와 켄타우로스’에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무지와 본능적 욕망을 상징하는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로스를 제압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머리채를 움켜잡은 아테나의 표정은 우아하고 근엄하다. 반면 켄타우로스는 크게 당황하고 두려워하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활을 내려놓고 있다. 아마도 깊은 산 속에서 사냥하던 중, 들어가선 안 될 금지구역에 발을 들여놓았기에 여신의 저지를 받는 것일 터.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이성(아테나)이 본능(켄타우로스)을 제어한다는 교훈을 주는 대표적 상징으로 해석되어 오고 있다.

    로마에서 미네르바로 불리기도 하는 아테나는 지혜와 공예의 수호신이다. 뿐만 아니라 이성과 합리적 사고, 지식의 갑옷으로 무장한 아름다운 무사였다. 그녀는 제우스의 머리에서 번쩍이는 금속 갑옷을 입고 한 손에는 날카로운 창을 들고 고함을 치며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그것도 성숙한 여인인 채로. 그리고선 아름다운 머리칼과 얼굴은 투구와 갑옷으로 둘러싸며 전쟁 시 필승의 전략을 짜고, 평화로울 때엔 여러 문명을 이끌어 낸 도시의 어머니 역할을 담당했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처치할 때 도움을 주거나, 트로이전쟁 중엔 그리스 최고의 용사인 아킬레우스를 후원했으며, 오디세우스의 귀로 여행 중엔 오래도록 안내자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는 시대를 풍미한 신화 속 영웅들이 얼마나 그녀로부터 지혜의 꼴을 제공받았는지 짐작케 한다.

    지혜로움과 현명함에 있어선 올림푸스와 그리스 전역에서 감당할 자 없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가슴도 얼어붙어 있을 정도로 차가운 냉혈한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예언가 테이레시아스와 얽힌 이야기이다. 젊은 시절의 테이레시아스가 우연히 아테나 여신이 샘에서 목욕하는 것을 보았다. 숲 속에서 목욕하는 아름다운 여신…, 대체 누가 이걸 끝까지 보지 않겠는가? 결국 들켜버리게 되었지만, 그의 행동이 어느 정도는 불가항력이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아테나는 고심하였다. 그에게 다가가 눈을 쓸어내리며 ‘이것은 신들의 몫’이라고 말한 순간, 그의 눈이 멀어 버렸다. 아테나가 그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이것은 아테나의 몫’이라 말하자 그는 마음의 눈으로 미래를 포함한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테이레시아스는 위대한 예언가가 되었다. 신의 입장에서 인간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공정한 심판인 동시에 본능을 제어하기 힘든 인간의 입장까지 고려해 정상을 참작해 준 절묘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본능을 통제하는 이성은 우리가 짐승으로 살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란 것이 본디 이성이 본능을 오래 억누르다간 탈이 나는 법 아니었던가.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아르헨티나 시안 루이스 보가스는 이런 시를 남겼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곳에도 많이 가고/ 회전목마도 더 많이 타고/ 그리고 데이지 꽃도 더 많이 꺾으리라.’ 먼 훗날 자신의 생을 되돌아보는 자리에서 진정 원했던 일과 사랑을 합리적 판단이라는 이름 아래 억누르고 냉철한 이성적 결정을 내렸던 사람들이 더 후회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가끔씩은 머리가 아닌 가슴의 소리를 들어봄이 어떨까. 설령 우리가 켄타우로스나 테이레시아스같이 본능에 이끌려 잠시 길을 잘못 들더라도, 지혜와 관용까지 겸비한 여신 아테나가 우리의 길을 바로잡아 줄 것을 믿어보면서 말이다.

    자료제공: 이안아트(http://www.iaanart.com/)

 

 

 



Posted by 이안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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